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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by 여행가자, 지금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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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여름 최고의 화제작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헤어질 결심, 지금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화제작일 것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6년 만에 별 다섯 개를 주면서 더 기대를 불러 모은 헤어질 결심은 15세 관람가이지만 그 사랑의 미묘함과 깊이, 사랑하기 때문에 파괴하는 역설, 이런 것들을 이해하기에 35세도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여운이 깊이 남는 영화였다. 전작 "아가씨"가 직선적이고 선명한 영화인 것과 반대로 이 영화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곡선의 미로를 걸어가는 듯한 느낌의 영화라고 평한 이동진 평론가와 같은 마음이다. (앞으로의 감상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왜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걸까. 고민하던 해준이 마지막에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사랑한다고 말한 거였구나 깨닫게 되는 장면을 보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사랑한다"라고 말해야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국어와 중국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불분명함 속에서 상대의 행동과 선택이 오히려 분명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구나 나중에서야 깨닫게 하는 그럼 섬세한 연출이 너무나 돋보이는 연출이었다. 이야기는 높은 산 정상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담당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마주하며 시작한다. 일반적인 유족들과 다르게 서래는 남편이 죽었음에도 크게 슬퍼하거나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그래서 해준은 그녀를 용의자 선상에 올리고 잠복하며 그녀를 관찰한다. 하지만 무서운 사건 사진을 보고도 겁먹지 않는 서래의 모습에서 해준은 어떤 공통점을 느끼고 그녀를 의심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간다. 그녀가 범인일까?

 

2. 서래는 팜므파탈일까? 

팜므파탈은 필름 누아르 영화에서 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로 남성을 섹슈얼하게 흔들어서 파멸시키는 여성을 말한다. 여기서 서래가 팜므파탈일까 하는 의문이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녀는 팜므파탈일까? 그녀는 자른 유족들과 달리 남편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형사들이 잠복을 하며 그녀를 감시하는데도 그녀는 두려워하기보다는 안심한다. 해준은 서래에게 끌리지만 그녀가 살인을 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차 안에서도 옥상에서도 아침저녁으로 그녀를 감시하게 되는데, 사실 감시란 범인으로 예상되는 용의자의 나쁜 행동이나 범죄의 증거가 될 만한 행동을 포착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해준의 감시는 오히려 그녀를 관찰하고 알아가고 보호해주는 행동이 된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외형을 가지고 있어 마음껏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어떤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다. 해준은 그녀를 감시하면서 오히려 그녀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고 서래 또한 감시를 받는다는 압박이 아닌 그가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안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감시하는 것이 사실은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역설적인 상황이 되고 서로에게 있는 결핍을 알게 되고 서로에게 그것을 채워주게 된다. 서래가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해준은 그녀에게 볶음밥을 해주고 해준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고 서래는 사진을 떼고 숨결을 나누며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준다. 그 어떤 정사 장면 없이도 더 에로틱할 수 있는 연출이었다. 

3.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해준은 서래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알리바이가 성립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바르고 직업윤리가 철저했던 그는 서래의 알리바이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해준은 충격 속에서 그의 직업윤리를 버리고 그녀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양심상 더 이상 그녀와 함께 할 수 없다. 그것이 해준의 "헤어질 결심"이다. 자부심이 강했던 해준에게 있어 그녀를 지키는 것은 직업윤리를 버리고 자부심을 버리고 자신을 버리는 것과 같았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고 말하며 증거인 휴대폰을 바다에 버리라는 그. 그가 사용한 단어는 "붕괴"였지만 그 단어는 서래에게 "사랑"이라는 단어로 해석된다. 해준이 사건의 진실을 덮을 만큼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해준이 헤어질 결심을 한 그 시점에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4. 13개월 후

그렇게 사건이 종결된 후 해준은 아내 정안의 근무지인 이포로 전근을 간다. 2부는 사건이 종결된 지 13개월 후를 보여주고 있다. 이포는 오전에는 해를 보기 어려울 만큼 안개가 짙은 도시이다. 정안이 말했던 것처럼 사건이 삶의 원동력이었던 그에게 대도시 부산이 아닌 이포에는 자잘한 도난 사건 정도만 일어날 뿐이다. 그런 이포에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의 피해자는 서래의 두 번째 남편 호신이다. 사건의 분명한 범인이 밝혀졌는데도 해준은 서래를 의심한다. 첫 번째 사건에서 그녀가 범인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그녀가 범인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래는 왜 또 결혼을 한 것일까? 해준은 서래에게 왜 그런 남자들과 결혼을 하냐고 묻고 서래는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형사로서의 자부심마저 버리면서 자신을 지켜주려 했던 해준의 "붕괴"를 사랑으로 해석했던 서래는 당신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는 말에 "내가 언제요"라고 대답하는 해준에게 절망한다. 그녀는 그에게 미결의 사건으로 남기로 결심한다. 그에게 있어 미결 사건은 방안에 가득 붙여두고 뗄 수 없는 사진들이다. 불면증에 이르도록 할 만큼 그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버려야 할 휴대폰 대신 자기 스스로를 바다에 던진 것이다. 바다 깊숙한 곳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그들의 사랑을 봉인하는 것이다. 그녀의 시신은 아마도 찾을 수 없을 것이고 그들의 사랑은 영원으로 남을 수 있는 미제 사건이 되는 것이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해준이 바다에서 그녀를 찾으며 소리치지만 찾을 수 없고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 깨닫게 되면서 그리고 그 사실을 그녀에게 말했다는 것을 깨달으며 영화가 끝난다. 박찬욱 감독은 필름 누아르로 보이는 형사물의 형태를 빌어 그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형사와 용의자 사이의 감정을 입체적이고도 우아하게 연출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사랑한다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어도 서로 그 행간으로 이해하게 만든 연출이 너무나 섬세하고 훌륭했다. 해준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어도 서래는 붕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고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멜로를 이렇게 우아하고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박해일 배우와 탕웨이의 연기도 너무나 훌륭했던 영화이다. 광기라고 할 만큼 충격적인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아름 다고 우아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감독님의 연출이 훌륭하기 때문이겠죠. 호불호가 나뉜다고 하는데 저는 여운이 남는 매우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 대한 해외반응 

1. 켄트 터너: 올해 칸 영화제 작품 중 가장 재미있고 매끄러운 영화

2. 벤 롤프: 탕 웨이는 그녀의 캐릭터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롭고 매력적인 인물로 창조해내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 

3. 후안 루이스 까비아로: 신의 경지에 이른 미장센을 가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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