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탑 건 매버릭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탑 건 매버릭에 대한 좀 더 다양한 측면의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아이맥스로 한 번 더 봐야 하는 영화!라고 할 만큼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우려를 속 시원하게 날려주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훌륭하다. 다루고 있는 내용도 요즘 우리 시대에 생각해 볼만한 화두다. 시간이라는 주제를 세월이 흘러 정말 시간이 주제인 주인공이 온몸으로 부딪히며 맞서며 이야기하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다. 블럭버스터라고 하면 액션 씬으로만 가득한 오락거리라고 생각하지만 탑 건 매버릭은 그렇지 않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2. 톰 크루즈의 진심과 에너지
우선 무엇보다 이영화는 톰 크루즈를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영화가 시작하고, 탐 크루즈가 전편에서 그랬던 것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활주로를 달리는 것을 보면 그의 진심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영화에 대해 그가 얼마나 진지한지 뭉클할 만큼 전해진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예전과 다른 자신을 보며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 20대의 반짝반짝했던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탑 건 1의 매버릭처럼 무서울 것 없는 청춘이었다. 그런데 벌써 그 모든 자신감과 에너지가 추억이 돼 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체력과 열정이 줄어들면서 나에게 실망한다. 그런데 활주로를 달리는 톰 크루즈를 보면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는 그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운도 아니고 우연도 아니다. 그의 열정과 노력 때문이라는 것을 그의 연기와 그가 소화해내는 액션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두가 느낄 수 있다. 손뼉 칠 수 있다. 얼마 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탄 윤여정 배우를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 많았다. 75세의 나이에도 대충은 없다. 배우는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의 진심은 그녀가 왜 아카데미 여우주연을 탈 수 있었는지 말해준다. 물론 더 나은 연기를 하는 배우도 있을 수 있고 큰 상을 받는 어린 배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영감을 받는 부분은 그녀가 75세의 나이에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영화계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윤여정 배우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윤여정 배우나 톰 크루즈는 같은 선상에 있다. 한 신 한 신 떨림이 있다는 것이다. 배우가 편하면 보는 사람이 기분 나쁘다는 그녀의 명언처럼 그들은 관객들이 감탄하고 박 수 칠 연기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만하면 됐지가 그들의 사전에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영화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3. 매버릭이 싸우는 상대는 바로 시간
매버릭이 싸우는 상대는 표면적으로는 우라늄 원자로를 가진 적국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그들이 싸우는 궁극의 상대는 그런 적국이 아니다. 극의 초반, 상관은 전투기의 속도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자 아예 이 프로젝트를 없애버리려고 한다. 조종사들이 싸워야 하는 상대는 적국이 아니라 이제 파일럿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믿는 시대의 사람들이다. 매버릭은 직접 전투기에 탑승해 그들을 의심하는 사람들 앞에서 증명해 내야 한다. 이 싸움에 임하는 그는 말한다. "not today".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만 오늘은 아니라고 말한다. 동료와 싸울 육체가 있는 오늘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월과 시간을 이길 수는 없지만 오늘은 전투기에 탑승하여 우리의 존재 가치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영화는 전투기의 화려한 비행 스킬보다 전투기에 타고 잇는 파일럿들의 얼굴에 집중한다. 어마어마한 중력을 이기고 상승하는 순간 육체에 가해지는 괴로움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에 집중한다. 그것은 한계를 초월하려고 노력하고 훈련하는 이들이 지연시키는 세월과 마지막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처절하지만 희망차다. 환갑의 나이에 액션신을 직접 소화하는 톰 크루즈가 외치는 "오늘은 아니야"가 우리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이유다.
4.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영화
이 영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모든 세대가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갈수록 세대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요즘 세대는 아예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다. 모든 콘텐츠는 유튜브나 sns로 소비한다. 그런 세대가 영화관을 채우고 있다. 올드하고 지루 할 수 있는 탑 건을 지금 세대도 볼 수 있는 블럭버스터로 만들었다. 동시에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감성과 오마주도 잘 풀어내서 전편까지 다시 챙겨보게 할 만큼 가치 있는 영화가 된 것이다. 요즘 세대는 왜 이 영화를 보는 것일까!? 휴대폰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세대에게 이 영화가 어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관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not today"라고 말하며 완벽한 영상과 음향과 제공하는 이 영화를 영화관에 가서 봐야만 하는 것이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러 간다. 더구나 말만 번지르르한 이 시대에 앞장서고 희생을 감수하는 리더의 모습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숭고하다. 이제 없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다시 한번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누구와 봐도 손색없을 이번 여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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