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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킬 빌 타란티노가 오마주한 영화 찾아보기

by 여행가자, 지금 202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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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마주, 패러디, 표절, 클리세의 차이

가수이자 작곡가 유희열의 표절 시비가 한창이다.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원작자가 표절은 아니라고 밝히며 공방을 피했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개의 곡들들에서 유사한 점이 발견되어 결국 그가 진행하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하차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표절 시비가 있을 때 예술가들이 흔히 하는 설명 중에 '오마주'가 있다. "표절"한 것이 아니라 "오마주"라는 것이다. 예술에서 그것의 경계는 매우 모호해서 기준을 딱 정할 수는 없다. 또 모티브만 가져온 것을 가지고 표절이라고 말하는 것도 과하다. 그렇다면 표절과 오마주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이동진 평론가가 클리셰, 패러디, 오마주, 표절에 대해 구분하는 나름의 기준에 대해 설명했는데,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설명이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클리셰는 그 원래의 뜻이 "판을 뜬다"인 것처럼 바꿀 수 없는 판처럼 반복되고 복제되는 것들을 말한다. 연판은 빠르게 여러 개를 찍을 수 있지만 모든 판이 똑같다. "웃음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문구처럼 맨 처음 사용되었을 때는 신선하고 기가 막힌 표현이었지만 그것이 너무 훌륭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관용구처럼 사용하게 되어서 너무 많이 소비된 것들을 말한다. 뻔하지만 클리셰가 통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어 효율적이고 잘 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만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한편, 오마주는 영화에서 존경하는 작품이나 감독의 주요 장면을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인용의 목적이 오마주 하는 작품이 얼마나 훌륭한지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한 번 더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인용된 장면을 알려면 당연히 인용된 원래의 장면이 있어야 하고 대부분의 경우 그 장면은 훌륭하다고 이미 알려진 경우가 많다.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인용했을 때도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유명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석양의 무법자"의 촬영 방식, 캐릭터의 느낌, 편집 방식 등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오마주한 것이 유명하다. 하지만 표절은 내가 따라 하고 있는 것들이 알려지지 않기를 원한다. 나의 창작으로 보이기 원해서 이것을 드러나지 않게 숨기면 그것은 표절이다. 감독의 의도가 어떤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패러디는 유명한 장면을 가져와서 풍자하는 형태로 만든 것이다. 오마주처럼 패러디 또한 모두가 아는 유명한 장면이어야 하고 무엇을 패러디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오마주처럼 더 알려지기를 원하고 훌륭하다고 경의를 표하는 것이냐, 아니면 원작이 드러나지 않고 나의 창작물처럼 보이게 하느냐 그 차이가 오마주와 표절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오마주 그 자체인 킬빌을 살펴보자. 

 

2. 타란티노의 킬빌 

타란티노는 지나간 시대의 대중영화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는 가지고 있는 영화적인 지식을 영화로 끌어와서 오마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킬 빌 시리즈는 오마주 그 자체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킬 빌의 주인공 우마 서먼이 입고 있는 노란색 트레이닝을 보면 요즘 사람들도 금방 그것이 이소룡과 같은 트레이닝 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이소룡의 영화를 보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이소룡 캐릭터에 대한 오마주, 그것이 킬빌의 첫 번째 오마주이다. 그다음으로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발견할 수 있다. 빌이 복수를 향해 가는 여정은 "쇼군 어쌔신"이라는 영화와 닮아있다. 그리고 최고의 검을  만드는 오키나와의 "핫토리 한조"는 일본의 유명한 사무라이 이름이고, 핫토리 한조를 연기한 액션 배우 "치바 신이치"의 가장 유명한 영화는 "그림자 군단"이다. 치바 신이치와 그림자 군단을 모두 가져와서 차용하는 형식으로 오마주 하는 방식도 등장하는 것이다.  

또 킬빌에는 홍콩 쿵푸무술영화에 대한 오마주도 있다. 빌이 수련하는 방식과 흰색 수염의 사부 파이 메이, 실제로 그 영화에서 주연이었던 연기자와 상황까지 다 가져와서 그 시대 자체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빌이 복수를 시작해서 객잔에서 싸울 때 겨루는 상대는 고고유바리라는 고교생인데 그녀는 바로 배틀 로열에 나왔던 배우다. 배틀 로열을 좋아하는 타란티노는 그녀를 그대로 데려와서 배틀 로열에서처럼 잔인한 모습으로 등장시킨다. 헤어스타일도 똑같다. 이렇듯 타란티노는 그의 어린시절에 좋아했던 아시아의 액션 영화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며 킬 빌에서 그 기억들을 오마주 한다. 타란티노가 사랑했던 시절, 그가 오마주 하고 싶었던 영화들을 찾아서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킬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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