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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래비티: 중력을 딛고 일어서는 진짜 삶

by 여행가자, 지금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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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이 gravity지만 gravity가 없는 우주에서의 이야기다.

gravity는 중력이라는 뜻이다. 제목이 gravity지만 gravity가 없는 우주에서의 이야기다. 

첫 장면은 무려 12분 30초나 되는 롱테이크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경이롭게 비치던 우주를 고요하게 감상하던 관객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장면은 갑자기 숨 가쁘게 진행된다.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와 맷 코왈스키 박사 그리고 엔지니어 샤리프에게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파편들이 날아와 덮친다. 샤리프는 파편에 맞아 사망한다. 라이언 스톤 박사는 탈출을 위해 고리를 풀고 그로 인해 빠르게 회전하면서 지구 반대편으로 가게 된다. 지구 반대편은 해가 없어 어둡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정신을 차리고 통신을 통해 코왈스키 박사를 만난다. 

순식간에 동료가 죽고 하마터면 미아가 될 뻔한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우주 왕복선은 파편으로 엉망이었고 승무원들은 왕복선이 파괴되면 모두 사망했다. 생존한 사람은 둘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들은 근처 ISS로 이동해 지구로 귀환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고생과 고난의 시작이다. 거의 마지막까지 이 귀환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보는 내내 정말 내가 우주에 있는 것 같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극장에서 관람했는데 정말 산소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가까스로 ISS로 이동했지만 이곳의 탈출용 소유즈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다. 코왈스키와 스톤 박사가 ISS로 다가가면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정확히 안착하는데 실패한다. 스톤의 다리가 줄에 꼬이면서 ISS에서 떨어진 곳에 멈추게 되고 코왈스키는 스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케이블을 끊는다. 우주로 사라지는 코왈스키와 무선을 하며 ISS로 들어가 산소를 보충하고 정신을 차린다. 우주복을 벗고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태아 같다. 새로 태어나는 듯한 스톤 박사. 코왈스키와 다시 통신을 시도해보지만 실패한다. 슬퍼할 틈도 없이 ISS에 화재가 발생한다. 벽에 뒤통수를 박고 기절하면서도 겨우 비상용 소유즈로 가는 데 성공한다. 소유즈와 ISS 간의 도킹을 분리하려고 노력하지만 우주 쓰레기 조각들에 계속 부딪히게 되고, 부서지는 ISS에서 가까스로 소유즈를 분리한다. 중국의 우주정거장으로 가려고 하지만 이번엔 연료가 부족하다. 정말 산 넘어 산. 스톤 박사는 센터와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하지만 겨우 연결된 통신이 지구의 아마추어 통신사라는 것을 알고 좌절한다. 들려오는 아기의 웃음소리와 자장가를 들으며 삶을 포기하려는 스톤 박사는 산소 농도를 낮추고 가만히 죽음을 기다린다. 그때 누군가 바깥에서 해치를 열고 들어오는 데 바로 죽은 줄 알았던 코왈스키 박사다. 연료가 없어서 귀환을 포기한다는 스톤 박사에게 코왈스키는 지상 착륙용 엔진을 쓰면 된다고 격려한다. "집에 갈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코왈스키는 없었다. 스톤 박사의 상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덕분에 용기를 낸 스톤은 상상 속에서 코왈스키가 알려준 대로 실행한다. 지상 착륙용 엔진을 이용해서 중국의 우주정거장 근처까지 날아가 안착한다. 궤도가 약간 빗나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톤 박사는 해냈다. 중국 우주정거장의 소유즈는 중국어로 되어 있었지만 기억을 되살려 거주부를 분리하고 귀환을 시작한다. 소유즈는 호수에 떨어지고 선체로 물이 들어와 익사할 뻔 하지만 탈출에 성공한다. 우주복을 벗고 수면으로 올라간 스톤 박사는 불타는 선체를 바라보다가 수영을 해서 해안에 도착한다. 중력이 없었던 우주에 있다가 중력을 느끼자 자 바닥에 주저앉았던 스톤 박사는 다시 힘을 내 일어서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다.  

 

마치 태아의 모습같았던 장면

 

2. 그래비티에 대한 감상과 평가 

이 영화를 정말로 우주에서 찍은 영화인 줄 알고 "우주에서 촬영한 소감이 어떠신가요?라고 질문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런 질문을 할 정도로 영화가 사실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우주 비행사들도 이 영화가 재현한 우주와 우주왕복선에 대해 극찬하였다. 필자 역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볼 때 우주에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맥스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유영하는 듯했다. 마지막에 스톤 박사가 중력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을 때 나 역시 중력을 느끼는 듯했다. 수면 위로 올라와 발바닥이 육지에 닿는 순간, 나 역시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몇 개월을 보내다가 가까스로 지구에 돌아온 듯했다. 인어공주처럼 다리가 처음 생긴 것 같이 가슴 저릿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체험의 영화"라고 말하는 것 같다. 대사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체험하며 납득하는 영화다. 많은 재난 영화가 지나친 감정 소모를 강요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단순한 스토리로 충분히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가 가능하다. "이야기가 간결하다고 깊이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조용히 있고 싶어서 우주로 나간 스톤 박사가 고요한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공포를 객석에 앉아 있는 우리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86회 오스카에서 시각효과상과 음향상, 음악상, 촬영상, 음향편집상 등 일곱 개 부분을 수상했다. ROTTEN TOMATOES에서 98%라는 굉장한 평가를 받았다. 이때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평점은 9.1을 받았다. 대부 1이 9.1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호평이다. 재 상영을 한다면 다시 한번 극장에서 관람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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