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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우리도 사랑일까. 사랑에 대한 환상과 권태에 대하여

by 여행가자, 지금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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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라 폴리 감독이 얻은 영감

사라 폴리 감독은 어웨이 프롬 허라는 작품에서 공연한 여주인공 역의 줄리 크리스티에게 불교에 관한 책 한 권을 선물 받습니다. 그 내용은 모든 것들이 무상하고 수많은 집착과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크게 감명을 받은 사라 폴리는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그러던 와중에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봤던 영화가 떠오르는데,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나 둘이서"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였습니다. 오래된 연인처럼 보이는 옆 테이블의 커플이 밥을 먹는데 밥을 먹으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겁니다. 두 사람 커플 같은데 왜 한마디도 안 하지?라고 의아해 하자 알버트 피니가 "결혼하면 다 그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열렬하게 사랑하다 결혼을 하고 오랜 세월이 흐릅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두 사람 역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 장면이 인상 깊었던 감독은 당신의 영화에 같은 장면을 넣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마고와 남편은 매년 기념일마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습니다. 하지만 할말이 없는 두 사람, 말없이 밥을 먹습니다. 머쓱해진 마고가 남편에게 근황을 묻고, 남편은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나도 사랑해라고 말하고 두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나눌 이야기가 없습니다. 다시 조용히 밥을 먹는 두 사람. 

이 장면은 이 영화를 상징하는 장면이 됩니다. 

 

2. 마고는 어떤 여자일까요?

마고는 생기가 넘치는 사람입니다. 민들레 홀씨가 날아다니면 대부분의 사람을 귀찮아하지만 마고는 손에 잡고 싶어하고 그것의 생기를 알아차리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생기가 넘치는 마고는 자신의 마음의 기척을 듣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변화를 무시하기도 하고 억누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고는 그 마음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입니다. 

남편 루는 좋은 사람입니다. 장난을 치면서 아내를 즐겁게 해주려고 하고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말해줍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마고가 나쁜 여자라고 비난합니다. 500일의 섬머만큼 욕을 먹고 있습니다.) 

남편이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여자들이 다른 남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은 남편이 폭력적이거나 바람을 피거나 부인에게 애정이 없거나 하여간 나쁜 남자이기 때문에 그때 나타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의 남편은 나쁜 남편이 아닙니다. 시댁과도 사이가 좋았습니다. 

3. 이것은 권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편 루는 닭 요리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루는 매일 닭요리를 연구하고 두 사람은 매일 닭을 먹어야 했습니다. 이 닭 요리가 그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인 것입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반복되는 두 사람의 생활은 권태가 끼어들어 속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때 등장한 대니얼은 함께 탄 놀이기구 같습니다. 조명은 현란하고 속도는 빠릅니다. 일단 시작한 놀이기구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마고는 마지막에 혼자 이 놀이기구를 탑니다. 

대니얼과도 반복되는 권태. 이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맨 처음 요리하고 있는 마고의 모습은 다정해 보이지만 그것은 루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후반부에 다시 연결되는 장면에서 마고의 표정은 권태로 가득합니다. 마치 영화의 반전처럼 관객들이 놀라게 되는 장면이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루의 잘못도 아니고 대니얼의 잘못도 아닙니다. 반전 같은 그 장면을 통해 뭔가를 느끼게 됩니다. 

루와의 권태로운 결혼생활을 떠나 대니얼을 만났지만 대니얼을 위해 요리하고 있는 마고의 얼굴에는 권태가 가득합니다. 권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선과 악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평가하지도 않고 그저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이 시작하고 식고, 새롭게 시작하고, 떠나고 돌아오고, 그저 사랑이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을 보여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내용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교훈을 주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사랑의 어떤 속성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입니다. 

 

주연을 맡은 미셀 윌리엄스의 연기가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원제는 take this wal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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