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홀로 집에는 가라!
크리스마스에는 "나 홀로 집에"가 불변의 법칙이지만 봐도 너무 봤다. 개봉했을 때부터 봤으니까 그러니까 내 나이가..
그런 우리에게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줄 영화가 2003년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러브 액츄얼리!"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인 영국 영화 제작사 워킹 타이틀이 작정하고 크리스마스를 노리고 만든 영화다. 연출은 '노팅힐'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연출한 리터드 커티스. 연출한 영화의 제목을 보니 느낌이 벌써 온다.
사랑스럽고 로맨틱하고 위트있는 장르일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흥행하였고 2015년에도, 2017년에도 재개봉할 만큼 오래도록 사랑을 받는 영화다.
특히 스케치북을 넘기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전설이 되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프러포즈할 때 따라 하기도 하고 코미디의 패러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화를 안 봤어도 스케치북을 넘기며 고백하는 장면은 어디서라도 봤을 것이다.
옴니버스 영화이기 때문에 주인공들은 가족이라던지, 회사라던지, 이렇게 저렇게 연결이 되어 등장하고
각 에피소드마다 유명배우 들이 등장한다. 포스터만 보아도 자신이 믿고 보는, 아니면 좋아하는 배우가 한 명은 있을 듯한 화려한 캐스팅이다. 아니, 영화 한 편에 엠마 톰슨, 리암 니슨, 키이라 나이틀리, 휴 그랜트, 알란 릭맨, 빌 나이, 로라 리니, 마틴 프리먼 등, 유명한 영국 배우는 총출동했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영국의 코미디언 로완 앳킨스도 감초처럼 등장한다. 모두가 각자 주연을 할 만한 배우들이다. 러브 액츄얼리가 흥행한 후, 언젠가부터 이렇게 크리스마스 같은 시즌을 노리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유명 배우들이 총 충동해서 에피소드를 나눠 찍는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배우들은 리스트를 줄이고 흥행은 보장하는 안전한 방식의 영화 제작인 듯하다. 모두가 해피한. 하지만 제작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이는. 그런 영화다. 한두 번은 봐줄 수 있지만 자꾸 그러면 얄미울 듯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 이후에 나온 옴니버스 영화들을 곱게 보지 않은 것도 있다. 러브 액츄얼리는 첫사랑이라 그런가! 각 에피소드들도 사랑스럽고 클리쉐라 할 정도로 명장면이 된 장면들도 있고 삽입돼 노래와 분위기,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크리스마스!!!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고 들뜨는 그 분위기를 담아 늙은 변태 가수가 부르는 캐럴마저 용납되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시즌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즐기자 사랑이야기를! 어차피 해피엔딩일거야! 맞다. 해피엔딩이다. 공항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이영화는 시종일관 기대와 설렘과 사랑을 퍼준다. 그러니까 초콜릿 박스를 꺼낸 것처럼 작정하고 달달함에 취해보자. 안 번 본 사람은 없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을걸!!
2. 다양한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동등한 시선으로 담는다.
아니 오히려 반전처럼 사람들의 편견을 뒤틀어서 살짝 살짝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영국 총리의 사랑이라고 해서 중요하거나 초딩 꼬마의 사랑이라고 해서 하찮은 것이 아니다.
학교 최고의 인기녀는 흑인이고, 영국의 하찮고 못생긴 남자의 여자 친구가 되어주는 모델 같은 미국 여자들은 꽃뱀이 아니다. (아마 관객들은 다들 남자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술집에서 만난 여자들이 꽃뱀일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친구에게 소개해주려고 데려온 동생이 데니스 리처드! 그녀들은 진심이었어!)
아들은 엄마를 잃어서 상심한 것이 아니라 학교 최고 인기녀를 짝사랑하고 있어서 상심한 것였고, 동생과 바람난 아내를 떠나 스페인의 작은 마을로 글을 쓰러 가고 그곳에서 만나 포르투갈 출신의 오렐리아는 말이 안 통하지만 어쩐지 그의 마음을 더 잘 알아주는 듯하다. 모두가 통통이라고 놀리는 비서가 총리의 눈엔 사랑스럽게만 보이고, 가장 셀(?) 것 같은 러브신 대역 배우들은 사춘기 소년 소녀 같은 대화를 나누며 수줍어한다. 이렇게 직업과 나이와 성별과 국적에 가지고 있는 편견들을 살짝살짝 비틀어 주며 전달하는 사랑이야기라 뻔한 듯 하지만 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트로가 공항일 지도 모르겠다. 공항에서 그저 우리는 나이가 많고 적고 어느 나라 사람이고 모두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한 장이니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것을 슬퍼하는 장소니까. 여러 가지로 똑똑한 영화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또 보겠지!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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