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 더 배트맨에 대한 감상입니다.
개인적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너무 좋아하고 특히 다크 나이트 3부작은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히어로 무비라고 하지만 슈퍼파워를 가진 영웅이 아니라 고뇌하고 질문하는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한 그런 모습을 그리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시리즈로 나올 것 같은 더 배트맨의 1편 이야기 나눠 볼까요.
1.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
이미 트와일라잇에서 뱀파이어로서 신비한 이미지를 보여준 패틴슨의 배트맨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더구나 종전의 히트를 친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있어서 굉장히 부담이 컸을 텐데 제임스 본드만큼이나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부담스러울 배트맨에 로버트 패티슨이 낙점되었죠. 영화를 본 결과 패티슨의 배트맨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트와일라잇에서도 신비하고 비밀스러우 이미지, 반항아적이면서 외톨이 같은 그런 느낌이 이어졌습니다. 멋지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는 것 같고, 우울하고 고독한 배트맨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2. 활동한 지 2년된 배트맨
더 배트맨의 가장 중요한 설정이자 영리한 설정은 이 영화가 배트맨의 어떤 시기를 다루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배트맨 비긴즈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기 이전에 어떤 과정을 거쳐 배트맨이 되었는가를 다루고 있다면 더 배트맨은 입사한 지 2년 차 정도 되는, 활동한 지 2년 된 배트맨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배트맨 영화가 없기 때문에 더욱 신선합니다. 그리고 가장 정체성을 고민할 때죠. 막상 배트맨이 되어서 악당들을 소탕하고 있지만 내가 맞는 것인지 신념과 방법의 문제에 있어 부딪히는 부분도 있어서 고민하는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찰청장으로 나오는 고든조차도 초창기 이기 때문에 경위이고 둘도 만난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서로를 불신하면서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시기의 미묘한 관계를 다루는 것도 흥미로운 점입니다.
캣우먼 또한 영화속에서 캣우먼 이란 단어 자체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아직 캣우먼이 되기 직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배트맨 설정과 비슷하게 캣우먼도 초기 설정인데요. 이 영화에서의 캣우먼의 역할은 배트맨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초반 배트맨은 복수를 시작하며 이것이 선이고 이것이 악이다라고 이분법적으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캣우먼을 보면서 이 세계가 흔들리게 되죠.
3. 조커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
더 배트맨에는 조커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내면을 깊이 다루는 영화고 제목이 배트맨이 아닌 더 배트맨인 것도 배트맨 캐릭터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담긴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배트맨의 성장기로서 빌런보다 배트맨 자체의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에 배트맨 시리즈 중 배트맨 비중이 가장 높았던 배트맨 비긴즈처럼 사건보다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4. 메인 빌런은 왜 리들러일까?
조커가 가장 유명하지만 이미 너무 과소비된 조커를 등장시키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제 막 배트맨으로서 고민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에서 너무 커다란 외부의 적은 내면의 고민과 캐릭터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죠.
성장기 영화라는 그런 의미에서 계속 수수께끼를 내면서 질문하는 리들러가 이번 영화에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나 또는 이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배트맨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데 중요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5. 탐정 영화로서의 더 배트맨
감독이 이번 영화를 탐정영화라고 밝혔는데, 히어로 영화인데?라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D.C라는 약자 자체가 detective comics를 의미하는 만큼 DC가 탐정 만화를 만드는 곳이었던 것을 기억하면 이해가 가능합니다. 배트맨 또한 여러 탐정 캐릭터 중 하나로 시작한 것이고요. 사건의 비밀을 캐고 들어가지만 알고 보니 이 비밀은 악당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비밀이었다는 점, 공수가 바뀌는 순간의 반전이 탐정 영화로서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매우 인상적인 액션신이 있지만 영화는 액션에 대한 비중보다는 공포와 미스터리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배트 슈트와 가면에 흠집 같은 것을 표현함으로써 액션에 있어서도 사실감을 표현하려고 애쓴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6. 독립된 스토리의 더 배트맨
최근 조커의 성공으로 독립적인 캐릭터의 솔로무비가 성공을 거두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트맨이 성장하는 이야기에서 강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여럿 나오는 것이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어벤저스나 저스티스 리그처럼 여러 가지 세계관에 서로 수준이 맞지 않는 슈퍼파워를 맞추기 위해서 해야 하는 설정과 갈등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요. 이번 영화에서 너무 강한 빌런이 등장하지 않고 배트맨 캐릭터에 집중한 것은 현명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캐릭터가 잡히고 이어지는 속편에서 좀 더 강한 빌런들이 활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벤저스 같은 좀 더 밝은 오락물을 기대했다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즐겁게 본 영화이다. 앞으로 계속될 후편들도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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