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만화원작과 드라마
니노미야 도모코가 그린 일본의 만화로 시작해 드라마로, 그리고 영화로 확대된 케이스다.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클래식 붐을 일으켰던 <노다메 칸타빌레> 극장판 2부작의 전편이 노다메 칸타빌레 Vol.1.
참고로 드라마와 영화가 한국에서도 크게 흥행해서 한국에서도 “내일도 칸타빌레”라는 제목으로 드라마가 방영되었으나 혹평을 받았다. 필자도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오라방”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시청을 시작하지 못했는데 역시나 여려 면에서 혹평을 받고 막을 내렸다. 일본의 원작자인 니노미야 토모코 작가는 트위터에 "한국판 노다메, 방 넓다!"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이것은 작가가 '내일도 칸타빌레' 예고편을 보고 남긴 글로, 여주인공인 설내일(심은경)이 사는 집이 원작보다 너무 크다는 것을 말한다. 원작 속 노다메의 방은 피아노 한 대에 소파를 놓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방이었다. 그런데 한국 여주인공의 방은 복층에 침실이 따로 있고, 그랜드 피아노를 놓아도 공간이 남도록 넓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설정인 것이다. 앞서 원작자는 캐스팅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첫 회의 예고편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아쉬웠던 한국판 리메이크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 하겠다. 그만큼 원작이 사랑을 많이 받고 흥행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주인공 노다메를 연기한 우에노 주리의 사랑스러움은 대체 불가였고 이 역할로 그녀는 가히 신드롬급의 인기를 누렸다. 영화의 감독은 TV판의 연출을 맡았던 타케우치 히데키가 다시 연출을 맡았다. 피아노에 남다른 재능을 가졌지만 독특한 사고방식의 노다 메구미와 지휘자를 꿈을 갖고 있는 엘리트 음대생 치아키 신이치의 사랑과 음악에 대한 고군부터 성장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드라마는 일본 내에서의 이야기라면 영화는 유럽으로 유학을 떠난 노다메와 치아키의 이야기로 프랑스, 체코, 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해외 로케 촬영으로 스케일을 키웠다.
2. 파리로 간 노다메와 치아키
큰 꿈을 안고 파리로 온 노다메(우에노 쥬리)와 치아키(타마키 히로시). 노다메는 콩세르바투아르 음악원에서 1년을 평가하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 노다메는 최고 점수인 ‘트레비앙’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치아키는 스승인 슈트레제만이 지휘를 맡았던 말레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상임지휘자를 타이틀을 가지게 된 치아키는 들뜬 마음으로 오케스트라를 방문하지만 말레오케스트라는 현재 형편없는 실력으로 단골 관객들마저 외면하는 엉망진창의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단원들은 생계가 어려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풀타임으로 연습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오케스트라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콘서트 마스터 토마 시몬은 어린 치아키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텃세를 부린다.
연습시간마저 지키지 못하는 단원들, 독재자로 불리는 시몬과의 갈등, 여기에 갑자기 첼레스타마저 그만둔 최악의 상황. 치아키는 급하게 노다메에게 첼레스타를 연주해달라고 부탁하고, 치아키와의 협연이 꿈이었던 노다메는 날아갈 듯 기뻐한다. 그러나 마침 우연히 치아키를 보기 위해 방문한 유명 피아니스트 루이(야마다 유)를 보고 다른 단원들이 그녀가 함께 연주하기를 바라자, 노다메는 조용히 연습장을 떠난다.
중요한 순간에 자꾸 등장하게 되는 실력자 루이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노다메. 열심히 앞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분투하지만 처음부터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루이와 치아키를 보며 자신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닿을 수 없는 것 같다.
일본에서 모두의 주목을 받고 파리에 온 치아키도 처음으로 맡은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첫 공연에서 예상대로 말레 오케스트라는 최악의 연주를 선보이며 모두의 웃음거리가 된다. 좌절한 치아키에게 슈트레제만은 다음 공연에서 ‘차이코프스키 장엄서곡 1812년’을 연주하라고 한다.
치아키와 노다메, 모두 파리에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3. 어려운 클래식마저 귀엽고 사랑스럽게 만드는 매력
기본적으로 드라마에 연결되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꼭 먼저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치아키와 노다메의 사랑스럽고 엉뚱한 연기와 러브스토리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큰 이 드라마&영화의 매력은 바로 음악의 아름다움, 특히 클래식이라는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장르를 쉽고 다가가기 쉽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지휘를 잘한다, 사람들이 감동한다, 이렇게 추상적인 부분들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마치 내가 연주하는 사람 중 하나인 것처럼 그리고 팔만 손가락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곡에 대해 숙지하고 정말로 연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클래식을 연주해본 사람들도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중간중간 만화 같은 설정, 애니메이션으로 판타지 같은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오히려 연주 장면은 손의 운지법이나 팔을 쓰는 것, 표정과 동작까지 정말 연주하는 듯이 섬세하게 연기하며 공을 들였다. 그러한 노력은 온전히 전달되어 관객이 불편하지 않게 흡입될 수 있도록 돕는다.
드라마는 일본의 대학교에서 주로 일어난 내용이고 로케도 노다메의 고향인 어촌 시골이라 소박하고 잔잔한 면이 있는 반면 영화는 파리와 체코 일본 러시아 등등 세계 여러 나라의 이국적이고 화려한 관광지, 파리의 극장, 외국 관객들 등 볼거리를 많이 넣어서 좀 더 화려해진 느낌이다. 이미 둘의 사랑을 확인하고 떠났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노다메가 선배에 대해 일방적으로 직진하는 귀여운 변태 같은 느낌의 티키타카가 없어서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여전히 위트 있고 살아있는 여러 등장인물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어 충분히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드라마와 영화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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